02년 수능을 본 83년생이다. 11월 7일로서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영하 초반 기온으로 좀 추웠고 어머니께서 된장국을 보온도시락에 싸 주셨다. 시험장은 걸어가도 돼서 좋았다.
우리는 이해찬 1세대다. 고1 때부터 대학은 재능 하나로 갈 수 있다 했고 모의고사도 금지여서 실력 가늠이 안 됐다. 01학번 대학 잘 간 형들은 졸업하고 놀러 와서 탐구는 9월부터 하라고 했다. 01 수능은 문제들을 이미 많이 봐서 신문지로 다시 푸는 게 의미가 없었지만 거의 다 맞았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2학기 수시를 붙은 상황.
1교시 언어는 듣기 6개가 있던 시절인데 2개를 모르겠었던 기억이 진짜 잊히질 않는다. 1년 내내 문제집 풀면서 못 경험해 본 시간 모자라 지문을 아예 안 읽고 풀었던 마지막 5문제. 수학 역시 절망감과 함께 풀었었다. 고사실에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있어서 같이 침묵 속에 밥을 먹고 탐구 시간에 잠이 들었다. 엄청 많이 틀렸다. 아니 가장 망했다. 영어는 거덜 난 멘털로 풀었는데 난이도 대비 많이 틀렸고.
다음날 9시 등굔데 9시 1분에 갔는데도 내가 1등이었다. 곧바로 담임 선생님이 오셔서 너만 왔냐고 하셨다. 몇 점 이냐셔서 가채점 점수 말씀드리니 수능 최저 넘기겠다고 하셨다. 3월부터 50점을 올렸는데 3월보다 못 나왔는데도. 원서는 더 가관이었다. 석차도 없고 아무런 근거 없이 감 만으로 넣어야 했다. 어떤 친구는 미달난 고려대를 들어갔고 전교 1등은 재수를 해야 했다.
어쨌든 수시가 되어 다녔고 지금은 23년 전의 추억이 됐다. 물도 불도 다 힘든 수능과 수험생. 고생했고 푹 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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