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기라는 게임은 지금 당장 검색해 봐도 제대로 된 결과가 몇 개 없다. 체육시간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에서 진행하시는 분의 글과 유튜브 영상만 소수 있을 뿐이다. 다대다로 진행되는 운동장 게임인데 아무래도 최소 10명은 있어야 하기에 요즘 같은 시기 인원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있다.
98년도 중3 때 매일 밖에서 점심을 먹었다. 급식실이 공사 중이라 도시락을 싸갔는데 친구들과 운동장 철봉 근처 벤치에서 같이 먹고 모아놓고 놀다가 5교시 전에 들어가는 식. 축구나 농구는 한 코트에 4게임 이상 동시에 진행돼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했던 게임이 바로 나이 먹기였다.
룰은 나무위키에도 있지만 약간 달리 진행했다. 5대 5 기준 편을 짠 후 가위바위보로 초기 나이를 정한다. 이기면 5살 지면 3살 출발이다. 그리고 시작하는데 일단 높은 나이가 낮은 나이를 치면 3살을 먹는다. 팀원 여럿이 손잡고 다니면 합친 나이가 되고 낮은 상대를 치면 모두 3살 추가, 동갑이면 가위바위보로 이긴 쪽이 3살 추가였다. 초반에 8살을 선점하면 말 그대로 활개치고 다녔다.
메인 필드는 양 팀에 기둥형 본진이 있어야 했다. 우리는 나무 하나와 그 밧줄 달려서 팔힘으로 오르는 기구의 철봉으로 했다. 축구골대 굵기였다. 사진과 같다면 양쪽 농구골대쯤이면 딱인데 당연히 농구를 하고 있을 테니 점심시간엔 할 수 없다.
상대 본진을 직접 치면 5살을 먹는다. 그러나 본진을 잡고 상대를 치면 몇 살이든 내가 3살 먹는다. 일종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플레이. 한편 3살로 시작해서 집 지키는 개 노릇만 하다가 이걸로 밑천 벌 수도 있다.
점심시간 마칠 무렵 대체로 15살 내외에서 게임이 끝났다. 오늘은 잘 풀렸네 꼬였네 주고받으며 수돗가에서 머리 감는 세수 한 번 해주고 5교시 들어가 졸던 그 나날들. 다들 잘 살고 있으려나 궁금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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