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기차기는 공간 제약이 거의 없는 훌륭한 놀이이다. 제기가 여러 개일 필요도 없고 두 명만 돼도 어쨌든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소 다를 수 있고 주로 하는 종목 역시 그럴 테지만 우리 동네에서 했었던 종목을 떠올려본다.
제기는 문구점에서 저런 형태를 주로 판매한다. 금박 은박 같은 긴 술과 플라스틱 원형 마개. 미술시간에 한지와 고무줄로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실제 찼을 때 원하는 위치로 올리기 어려워 금방 치웠다. 이 문구점 제기의 좋은 점은 동전을 넣음으로써 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즉 너무 안 올라가거나 잘 올라갈 때 자신의 신발에 따라 동전 개수를 조절한다는 뜻.
종목은 많이 차는 것과 드리기를 주로 했다. 말 그대로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몇 개를 차냐인데 어떤 발이 땅에 닿냐에 따라 헐랭이, 양반(양발), 땅강아지로 나뉘었다. 헐랭이는 주발을 땅에 아예 안 닿고 차는 방식이다. 발을 닭싸움처럼 안 내려놓는데 잡지도 못해서 오래 차기는 어렵다. 그래도 고수들은 몇 십 개 찬다. 양반다리는 왼 오른발을 번갈아가며 차는 방식이다. 양발로 차기에 양발이라고도 불렀다. 확실히 안정적인데 보조발로도 잘 차야 한다. 땅강아지는 제기차기의 크롤, 즉 자유형과 같다. 주발을 땅에 짚고 차는 식이라 능력만 되면 정말 오래 찰 수 있겠다. 4학년 때 동네형들이랑 차다가 223개 찼던 기억이 난다.
드리기는 공수 두 편으로 나누어 진행하는데 투수 같은 사람이 타자 같은 사람에게 얌전히 던져주면 공격자는 안 잡고 한 번 찬 후 잡아서 다른 우리 팀에게 던지며 진행된다. 약간 럭비와 비슷한 것도 같다. 수비에게 터치당하거나 제기가 땅에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 제기를 돌리며 차고 잡고를 반복할 수 있으며 이때 차는 제기 수로 일 년 이년 나이를 먹었다. 드릴 때 공격자 다리 사이로 넣으면 아웃이었는데 이걸 노린다고 계속 세게 던졌다가는 싸움이 나기 일쑤였다.
마지막으로 동네제기도 있었다. 여러 명이 빙 둘러서서 가까운 사람이 차는 식. 축구공으로도 비슷한 놀이를 하는데 차면서 동네 제기 차고 가는 캔디 아가 씨. 뭐 이런 식의 가사를 부른다.
제기차기는 시대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어 재미있는 전통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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