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테고리는 음악적 조예가 없는 일반 아재가 옛날 기억을 일기처럼 끄적이고자 만들었다. 02학번 마흔 살이 기억하는 옛날 추억들. 운전할 때나 TV,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을 때나 학창 시절 교실 친구들 모습도 떠오르고 선생님 혼내시는 표정도 기억나고 그렇지 않을까. 특정 연도에 유행했던 음악, 가수, 스타일, 예능에 대한 글들은 찾아보면 아주 많을 것인데 여기서는 단순히 잠깐씩 스쳐가는 기억들이나 적어 본다.
1996년은 중학교를 입학한 해였고 우리 학교는 생각해보면 방송부 선배들이 참 당대 히트곡들을 바로바로 잘 틀어줬다. 그래서 점심시간만 되면 급식실이 없었던지라 교실에서 도시락 나눠 먹으며 흥얼거리곤 했다. 3월 입학할 때 생생히 기억나는 게 댄스곡은 DJ DOC가 압도해서 겨울이야기, 미녀와 야수, 리멤버가 참 자주 나왔다.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와 김성재의 말하자면도 매일 나왔다. 그리고 터보의 1집 삼속곡인 선택도 나왔고, 쿨의 작은 기다림 등이 나왔는데 김정민의 2집 후속곡 마지막 약속 역시 매일 나왔던 노래이다.
언젠가 집술하다가 1996년 가요계 나무위키 글을 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으며 중학교 1학년 생각을 떠올렸다. 96년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연초에 은퇴를 하며 94, 95년의 인기 가수와 그룹들이 쏟아져 나왔던 해이다. 그래서 달마다 무슨 로열럼블 하듯이 유명 가수들이 컴백했고 과연 올해 승자는 누구일까 무척 궁금했다. 우선 김정민의 슬픈 언약식은 95년에 발매되어 2월에 5주 1위로 골든컵을 수상한다. 그래서 중학교 들어가고 3월 이후에는 마지막 약속을 계속 듣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96년 골든컵 수상자가 단 둘 뿐이 될 거라는 생각을 당연히 전혀 하지 못했다.
4월이 되며 솔리드가 먼저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로 컴백했다. 이 밤의 끝을 잡고와 분위기가 비슷해서 약간 갸웃했지만 95년 강자였기에 1위를 했다. 그리고 R.ef가 찬란한 사랑으로 돌아왔다. 지금 들어보면 전주가 엄청 파워풀해서 약간 이글파이브의 fire만큼 에너지 넘쳤는데 솔직히 노래로는 마음속을 걸어가를 훨씬 좋아했고 그래서 2.5집의 가을의 기억도 꽤 좋아했었다. 그리고 5월에 신승훈이 컴백한다. 아마 6월 초 즈음에 학교에서 야영을 갔는데 첫 외부 숙박형 체험이라 기대도 많았고 재밌었다. 원래 수학여행 같은 거 갔을 때 들은 노래가 또 기억에 오래 남는다. 신승훈은 95년에 참전을 안 했는데 화려하게 돌아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으로 정상에 오른다. 이 노래는 그 후로 오랫동안과 함께 지금도 좋아한다. 게다가 내 방식대로의 사랑이 진짜 신나서 내심 96년 끝판왕이라고 결론지었다. 아마 음반 판매량으로는 맞을 것이다.
6월에 김건모가 4집으로 돌아온다. 스피드는 가요톱텐 4주 연속 1위를 하며 정말 무난히 골든컵을 먹으리라 보았다. 야영 가서도 스피드가 한참 인기 있을 때여서 자주 들었다. 그런데 마지막 주에 상반기 결산을 했고 물론 최고의 노래가 되었는데 7월 중반에 1위를 놓치게 된다. 주인공은 클론이었다.
이 때 14살 나이에도 엄청 충격을 받았는데 나중에 2002 월드컵 시기에도 윤도현, 크라잉 넛 등과 함께 지금도 생각나는 월드컵 송 발로 차로 국민 응원 가수의 느낌이지만 이 해 데뷔곡만으로 국민 여름 대표곡 듀오의 반열에 그냥 올라가 버린 기분이었다. 김건모는 첫인상, 핑계, 잘못된 만남으로 진짜 나오면 씹어먹는 포스의 가수여서 특히 신승훈을 바로 내리고 1위 한 스피드가 당연히 골든컵이겠거니 했는데 그 기록이 무산된 것이다. 여름에 동해로 가족여행을 갔었는데 여행이고 뭐고 정말 주야장천 쿵따리 샤바라의 향연이었다. 뒤이어 doc가 여름이야기로 컴백했지만 약간 늦지 않았나 싶었고 붙었어도 글쎄일 정도의 기세였다. 연말 대상은 김건모였다. 그러나 데뷔 클론은 분명 주인공이라고 불릴만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4주 1위곡은 김민종의 귀천도애였다. 난 지금도 이 노래를 즐겨 듣는데 표절 시비로 4주 1위 후 김민종 형님이 담배 피시며 활동 중단한다는 인터뷰가 생생하다. 그래서 다음 주엔 이 해의 신인상 영턱스클럽의 정이 정상에 오른다. 나중에 김정민은 애인으로 돌아와 3주 1위를 한다. 사실 무한지애를 더 좋아하긴 했다.
글이 길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96년의 처음과 끝을 김정민이, 중간을 클론이 지배하지 않았나 싶고, 특히 1학기 때인 봄 시즌의 치열했던 전쟁이 참 재밌고 그립다. 2학기 가을과 겨울에는 본격 1기 아이돌이 데뷔하지만 자리를 잡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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