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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2002

유승준, 솔로 댄스가수의 황태자

by 하이유파파 2022. 12. 1.
듀스의 김성재

솔로 댄스가수의 계보를 떠올려보면 박남정, 현진영을 지나 듀스의 김성재와 박진영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김성재는 그냥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었다.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 가장 강렬했던 가수는 바로 유승준이었다. 97년 중학교 2학년 때 혜성처럼 등장해서 비록 가요톱텐 골든컵은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골든컵을 두 번 받았던 임창정보다 훨씬 임팩트가 컸던 가수이다. 두발규정이 그래도 약하지 않았던 터라 남학생도 앞머리가 너무 길면 안 됐을 시기였는데, 우리 반에는 한쪽으로 길게 머리를 꼬리 내리고 스포츠머리를 하고 온 친구도 있었을 정도이다. 물론 이 친구의 머리는 오래가지는 못했다.

유승준

중고등학교 시기 누구를 가장 좋아했나, 누구의 노래를 제일 많이 불렀나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월별로 적어도 20위권 안의 노래는 굳이 싫어하는 가수가 아니라면 다 좋아했고 예컨대 '1997년 5월의 그들'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추억 속의 집단을 이루던 가수군이었다. 1위를 많이 수상한 기록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즈음 가장 멋있는 남자 연예인이 누구냐고 했을 때 주저 없이 유승준을 꼽을 수 있었다. 유승준은 데뷔곡 '가위'와 가위춤으로 확실히 메가톤급 신인가수임을 증명했고, 2집 '나나나' 역시 탄탄대로였으며, 3집 '열정' 음반은 서태지 2집과 김건모 3집 이후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산 cd였다. 3집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 많이 들어서 후속곡은 열정 외 모든 곡이었다. 4집의 '비전'은 개인적으로 노래가 특출난 건 아니었고 '매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라는 가사가 기억난다. 만약 삶의 모든 부분을 물어볼 수 있고 답을 누군가 한다면 되게 살기 쉽겠다는 생각을 고1 때 한 적이 있는데 몇 년 후 네이버 지식인이 등장했고 지금은 정보를 찾는 게 문제지 없는 분야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이니 참 상전벽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4집은 오락실에 DDR 하러 많이 가던 때라 '연가'를 항상 들었고 가사 때문에도 좋아했던 곡이다. 5집 '찾길바래' 역시 노래는 앞 앨범들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연예인 중에 완성형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흰 패딩점퍼와 화이트 코디에 근육질 몸매, 파워풀한 안무와 수준급 보컬 실력은 누가 봐도 완성형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누가 1위였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승준은 그 자체가 브랜드였다. 그래서 군대를 가지 않았다가 단순한 괘씸죄여서 마치 군필 아저씨들의 피해의식과 공격이 아니라 그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고 큰 배신감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가수 비

이후 2002년 비, 2003년 세븐이 데뷔하는데 역시 춤과 노래를 매우 잘하는 솔로 댄스가수이며 그 계보를 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90년대 후반 유승준의 파급력과는 꽤 달랐다고 생각한다.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국내 복귀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불가할 것이고 그런 면에서 옛 추억들과 함께 겹쳐 씁쓸히 아쉬운 가수이다. 스티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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